설씨부인신경준선생유지 전북 순창군 순창읍 문화,유적

흐린 오후, 순창읍 외곽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다 보면 낮은 언덕 아래로 고즈넉한 전통 담장이 보입니다. 그곳이 바로 설씨부인신경준선생유지였습니다. 도로 옆의 표지석은 오래된 글씨체로 새겨져 있었고, 주변의 들녘은 늦가을 벼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자 한옥의 처마 끝에 남은 빗방울이 반짝이고, 공기에는 은은한 흙냄새가 섞여 있었습니다. 신경준 선생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실학자였던 인물로, 이곳은 그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보존된 유적지였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 한켠에서 오랜 지식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공간이었습니다.

 

 

 

 

1. 순창읍에서 이어지는 한적한 길

 

설씨부인신경준선생유지는 순창읍 중심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설정하면 ‘신경준 선생 유지’로 바로 안내되며, 순창초등학교를 지나 들판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입구의 표지석이 보입니다. 주변에 별도의 상업 시설이 없어 길 자체가 한적했고, 차량은 유적지 앞 공터에 4~5대 정도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순창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신경준유지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 5분 정도 소요됩니다. 길 양옆에는 감나무와 대나무가 자라 있어 걷는 길마저도 자연의 풍경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2. 단정하게 남아 있는 옛집의 품

 

경내로 들어서면 조용한 마당과 함께 한옥 한 채가 중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청마루가 길게 뻗어 있고, 기둥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습니다. 처마 밑에는 풍경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맑은 소리를 냈습니다. 안채와 사랑채의 구조가 남아 있으며, 일부는 복원되어 전통 목재의 질감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담장은 낮지만 단단했고, 창호지는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내부는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문틈 사이로 보이는 방 안의 책상과 도자기가 당시 생활상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사적이 아니라 생활의 흔적이 남은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신경준 선생의 학문 정신

 

신경준 선생은 조선 후기 지리학과 언어학 연구로 유명한 인물로, <강계고>, <여지고> 등 여러 저서를 남겼습니다. 이곳은 그가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가르치던 공간으로 전해집니다. 안내판에는 그의 생애와 연구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지리를 통해 나라의 체계를 바로 세우려 했던 뜻이 전해졌습니다. 마당 한쪽에 세워진 작은 비석에는 ‘학문은 길을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 속에서 그 문장이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듯했습니다. 공간 자체가 단순한 유적을 넘어, 학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4. 세심하게 관리된 조용한 공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경내는 매우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낙엽이 마당에 쌓이지 않게 정리되어 있었고, 안내 표지판은 새로 교체된 듯 선명했습니다. 입구 옆에는 방문객을 위한 간이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보기에 좋았습니다. 여름에는 대청마루 위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겨울에는 대나무숲이 바람을 막아 고요함이 유지된다고 합니다. 주변에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고, 멀리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이 배경처럼 어우러졌습니다. 관리의 손길이 느껴지는 곳이라 머무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5. 근처에서 함께 둘러볼 명소

 

유지 관람 후에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순창고추장마을로 이동해 지역 전통 장류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 인근에는 ‘향교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짧은 산책으로도 순창읍의 한적한 풍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후에는 강천산 방향으로 향하면 절벽 위의 구름다리와 단풍 명소도 가까워 당일 코스로 알맞습니다. 특히 가을철에는 유지와 주변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을 주민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순창 전통차를 맛보는 것도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이곳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음식물 반입과 흡연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마당이 진흙으로 변하므로 미끄럼 방지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평일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 조용히 관람할 수 있고, 주말에는 지역 탐방객들이 가끔 들러 잠시 머물다 갑니다. 내부 촬영은 외부 전경만 허용되어 있어 안내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대화는 낮은 목소리로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준비물로는 물 한 병과 모자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마무리

 

설씨부인신경준선생유지는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학문과 정갈한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오래된 한옥의 숨결 속에서 느껴지는 정직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선생의 학문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화려한 기념물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조용한 유적지였습니다. 다음에는 봄철에 찾아 푸른 대나무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순창을 여행하며 사색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할 만한, 숨은 문화 명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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