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금성산고분군에서 만난 천오백 년 봉분의 고요한 울림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의성 금성면의 금성산 자락에 자리한 의성금성산고분군을 찾았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난 길을 오르자 능선 위로 크고 작은 봉분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람이 들풀 사이를 지나며 낮은 파문을 만들고, 억새가 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났습니다. 고요한 산중 풍경 속에 봉분들이 규칙적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오래된 물결처럼 부드럽게 흘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흙과 돌이 층층이 쌓인 흔적이 보이고, 봉분 표면에는 세월의 결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새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고요함 속에서 천오백 년의 시간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고대 사람들의 삶과 신앙이 응축된 자취였습니다.

 

 

 

 

1. 찾아가는 길과 접근 동선

 

의성금성산고분군은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산운리 일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의성읍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이며, 내비게이션에 ‘의성금성산고분군’을 입력하면 금성산성 입구 인근 주차장까지 안내됩니다. 주차장에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고분군의 하단부에 도착합니다. 등산로 초입에는 ‘사적 제189호 의성 금성산 고분군’이라 새겨진 표석과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고분의 분포 지도와 발굴 사진이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길은 완만한 흙길로 이어져 있으며, 곳곳에 나무 데크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 왼편으로 의성의 들판이 펼쳐져 있고, 멀리 낙동강의 물빛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봉분들이 겹겹이 이어진 중심 구역이 나타납니다. 숨이 약간 차오를 때쯤, 봉분들이 바람과 함께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2. 고분군의 구조와 풍경 인상

 

의성금성산고분군은 금성산의 남사면과 동사면을 따라 조성된 300여 기의 봉토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봉분의 크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직경 10~30m, 높이 3~5m 규모입니다. 봉분 표면은 잔디로 덮여 있으며, 일부는 원형이 잘 유지된 채 산 능선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발굴 조사에 따르면 석곽묘, 석실분, 목곽묘 등 다양한 매장 형태가 확인되었습니다. 봉분 사이에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져 있어 산책하듯 걸으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돌 하나하나의 질감이 세월의 깊이를 말해주었고, 봉분 사이를 흐르는 바람은 묘하게 따뜻했습니다. 특히 오후 햇살이 기울 무렵, 봉분들이 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고요하지만 살아 있는 듯한 공간이었습니다.

 

 

3. 역사적 배경과 의미

 

의성금성산고분군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초반, 신라와 가야 세력이 공존하던 시기의 유력한 지방세력의 무덤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의성 지역은 낙동강 상류의 중심지로, 신라의 세력 확장 과정에서 중요한 거점이었습니다. 발굴된 유물로는 금동관편, 토기, 철검, 말갖춤 장식 등이 있으며, 이는 신라 귀족계층의 무덤 양식과 유사한 특징을 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금성산 일대는 신라 지방지배의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금성(錦城)’이라는 지명은 예로부터 산과 성이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전해집니다. 안내문에는 “돌은 땅을 지탱하고, 봉분은 시간을 품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한 문장이 이곳의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었습니다.

 

 

4. 보존 상태와 관람 환경

 

의성금성산고분군은 문화재청과 의성군의 체계적인 관리 아래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일부 봉분은 복원되어 원형이 뚜렷하고, 훼손된 구간은 잔디로 보강되어 자연스럽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안내로는 목재 데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주요 지점에는 발굴 당시 사진과 도면이 병기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관람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분군 중심부에는 작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전체 지형과 봉분의 배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화장실과 음수대, 벤치 등이 구비되어 있으며, 탐방로는 대부분 완만한 경사라 가족 단위 방문에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청결하고, 인공적인 조형물 없이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고요한 산길과 고분이 만들어내는 정적의 조화가 아름다웠습니다.

 

 

5. 주변 명소와 연계 코스

 

의성금성산고분군을 둘러본 뒤에는 바로 인근의 ‘의성금성산성’을 함께 방문했습니다. 고분군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로, 산성의 성벽과 성문 터가 남아 있어 당시 방어 체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 의성읍 방향으로 이동해 ‘빙계계곡’을 찾았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석빙고가 함께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도 유명합니다. 점심은 금성면의 ‘돌담한식당’에서 먹었습니다. 된장찌개와 도토리묵, 산나물 반찬이 정갈했고, 지역의 들기름 향이 은은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의성조문국박물관’을 방문해 금성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의 복제본과 당시 생활상을 함께 관람했습니다. 고분군–금성산성–빙계계곡–박물관 순의 코스는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여정이었습니다.

 

 

6. 방문 팁과 추천 시간대

 

의성금성산고분군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으며, 탐방로는 전 구간 개방되어 있습니다. 오전에는 안개가 능선을 감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오후에는 햇살이 봉분을 비추며 황금빛으로 물듭니다. 봄에는 들꽃이 피어나 언덕이 화사하고, 여름에는 숲의 그늘이 시원합니다.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져 가장 아름답고, 겨울에는 눈이 봉분 위에 얹혀 고요한 풍경을 만듭니다. 트레킹화나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여름철에는 벌레 퇴치제를 챙기면 편합니다. 조용히 걸으며 봉분 사이를 지나면, 바람 소리와 함께 고대의 숨결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빠르게 보기보다 천천히 머무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었습니다.

 

 

마무리

 

의성 금성면의 금성산 고분군은 천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를 지키며, 고대의 삶과 죽음을 조용히 이야기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봉분 하나하나가 역사의 기록이자 인간의 흔적이었습니다. 산과 함께 숨 쉬는 듯한 그 풍경은 장엄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가을 석양이 봉분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에 오고 싶습니다. 의성금성산고분군은 화려하지 않지만, 시간과 생명의 순환이 가장 고요하게 드러나는 국가유산이었습니다. 그곳의 바람은 여전히 신라의 시대를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그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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