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들판 위 묵묵히 선 신동입석에서 만난 오래된 침묵

흐린 날씨에 바람이 잔잔히 불던 오전, 칠곡 지천면의 선돌(신동입석)을 찾았습니다. 시골길 끝, 논 사이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평지 한가운데 묵직하게 서 있는 거대한 돌 하나가 시선을 끕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돌의 표면에 세월이 새겨 놓은 결이 손끝에도 느껴집니다. 주변의 들판은 고요했고, 까치 울음소리만이 공기를 가볍게 흔들었습니다. 선돌은 수천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 마치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기둥처럼 서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스러움 속에서, 오래된 시간의 숨결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1. 농로를 따라 이어지는 접근로

 

신동입석은 칠곡 지천면 덕산리 평야 지대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신동입석’으로 설정하면 인근 농로 끝의 작은 주차 공간으로 안내됩니다. 차를 세우고 논둑길을 따라 약 200미터 정도 걸으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커다란 돌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길가에는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들새들이 낮게 날아다닙니다. 봄에는 주변 논이 물로 가득 차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선돌은 그 속에 자신을 비춘 채 서 있습니다. 비포장길이라 비 온 다음 날에는 흙이 질척거릴 수 있어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습니다. 길 끝에 다다를 때쯤, 돌의 실루엣이 점점 커지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2. 선돌의 형태와 주변 분위기

 

신동입석은 높이 약 3.5미터, 폭 1미터가 넘는 거대한 자연석으로, 위쪽이 뾰족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표면은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으며, 부분적으로 이끼가 자라 있습니다. 돌의 방향은 동쪽을 향하고 있고, 이는 해돋이와 관련된 제의적 의미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가까이 서면 그 높이와 묵직함이 압도적입니다. 주변은 낮은 밭과 논으로 둘러싸여 있어, 돌 하나만이 홀로 서 있는 모습이 한층 인상적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돌 주위를 감도는 공기가 달라지는 듯했고, 새소리조차 이곳에서는 한층 잔잔하게 들렸습니다.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들의 믿음과 소망을 품은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3. 신동입석의 역사와 의미

 

신동입석은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선돌로, 당시 마을의 제사나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입석은 전국 여러 곳에서 발견되지만, 신동입석은 보존 상태가 뛰어나고 형태가 뚜렷해 학술적 가치가 높습니다. 안내문에는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던 제의의 흔적”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예전부터 매년 음력 정월이면 돌 앞에서 간단한 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고 합니다. 인근의 지명 ‘선돌들’ 역시 이 입석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만큼 지역의 역사와 신앙이 깊이 얽혀 있습니다. 돌 하나가 오랜 세월 마을의 중심이 되어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4. 보존 상태와 주변 환경

 

선돌은 현재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으며, 안내 표지판과 돌계단이 정비되어 있습니다. 주기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어 잡초가 정리되어 있고, 주변이 깨끗했습니다. 울타리 밖에는 작게 조성된 쉼터와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풍경을 감상하기 좋았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듯, 돌 주위의 흙길도 단단히 다져져 있었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선돌 표면에 빗방울이 맺혀 검은색으로 변하고, 그 모습이 한층 더 장엄하게 느껴졌습니다. 해 질 무렵, 붉은 햇살이 돌의 한쪽 면을 비출 때면 그림자가 길게 들판을 가로질러 늘어집니다. 시간의 흐름이 눈앞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만한 칠곡의 명소

 

신동입석을 관람한 후에는 차량으로 10분 거리의 ‘왜관철교전망대’를 들러 낙동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어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을 방문하면 지역의 근현대사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점심은 지천면 ‘산수식당’에서 먹은 토종닭백숙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약재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땀을 식혀주는 국물이 특별했습니다. 오후에는 ‘가산산성’을 찾아 산책하며 고려시대 산성의 흔적을 둘러봤습니다. 신동입석–평화기념관–가산산성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고대와 근현대의 유산을 하루에 함께 만나는 흥미로운 여정이었습니다. 이동 동선이 짧아 여유롭게 즐기기 좋았습니다.

 

 

6. 방문 팁과 추천 시간대

 

신동입석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방문하면 햇빛이 동쪽에서 들어와 돌 표면의 결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여름에는 논이 푸르게 물들어 선돌의 실루엣이 한층 돋보이고, 겨울에는 들판의 적막함이 고요함을 더합니다. 비가 온 뒤에는 길이 미끄러우니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에 그늘이 없으므로 여름철에는 모자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일 오전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어 조용히 머물 수 있으며, 사진 촬영 시에는 빛의 각도에 따라 돌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바람이 부는 시간대에 방문하면 선돌 주위의 공기가 움직이며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마무리

 

선돌(신동입석)은 수천 년의 세월을 한자리에서 견뎌온, 묵묵한 시간의 증인이었습니다. 단 하나의 돌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의 믿음과 자연의 힘이 함께 깃들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흘러도, 돌은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며 세월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들판 위에 서 있는 그 모습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맺은 오래된 약속처럼 느껴졌습니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오래된 세상의 숨결이 손끝에 닿는 듯했습니다. 다음에는 해질 무렵 다시 찾아, 붉은 노을 아래서 이 고요한 돌의 그림자를 천천히 바라보고 싶습니다. 신동입석은 칠곡의 들녘 속에서 가장 오래된 침묵의 기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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