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시마타니금고에서 마주한 근대사의 침묵과 잊힌 흔적
늦가을 오후, 군산 개정면 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논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 끝에 ‘시마타니금고’라 적힌 표지석이 보였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상인의 재산을 보관하던 장소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벽면은 거칠게 부식되어 있었지만, 구조 자체는 단단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적막한 공기 속에서 과거의 시간이 멈춰 있는 듯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철문을 손끝으로 스치니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역사의 단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질 무렵 햇빛이 금고 외벽을 스치며 붉은빛을 비추자, 오래된 기억이 잠시 깨어나는 듯했습니다.
1. 개정면까지의 이동과 접근성
군산 시내에서 개정면까지는 차량으로 약 25분이 걸렸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시마타니금고’를 검색하면 마을 중심을 지나 논길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를 안내합니다. 도로폭이 협소하지만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이동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입구 주변에는 별도의 주차장이 없지만, 마을회관 앞 공터에 잠시 세울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군산역에서 개정면 방면 버스를 타고 ‘개정초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합니다. 표지판이 작아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회색 벽돌 건물과 철문이 보이면 바로 그곳입니다. 도로 옆 들판 너머로 새만금 방향의 바람이 불어오며, 차창을 열면 습기 섞인 흙냄새가 느껴졌습니다.
2. 금고의 내부 구조와 공간 분위기
금고는 외형만 봐도 일반 주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정사각형 구조였고, 천장은 낮고 단단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조명이 따로 없어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빛만이 공간을 비춥니다. 그 희미한 빛 속에서 벽면의 균열과 철문 자국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내부 온도는 바깥보다 서늘했고, 소리가 거의 울리지 않아 묘한 고요함이 감돌았습니다. 천장 모서리에는 당시 금고를 지탱하던 금속 고리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습니다. 그 아래쪽으로 빗물이 스며든 흔적이 있어 세월의 깊이를 실감했습니다. 문 옆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시마타니 세이이치의 사재 금고’라고 적혀 있었는데, 한 시대의 그림자가 느껴졌습니다.
3. 시마타니금고가 지닌 의미와 차별성
이 금고는 단순한 보관창고가 아니라, 근대 산업화 초기의 지역 경제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상인들이 군산을 중심으로 쌀과 곡물을 대량 수집하던 시절, 이 금고가 그 물자의 거래 거점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의 금고에 비해 보존 상태가 양호해 내부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문짝의 두께가 성인 손바닥 두 개 정도였고, 철제 잠금장치가 여전히 작동할 만큼 견고했습니다. 이런 형태의 금고가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지역 근대사 연구자들이 현장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거친 콘크리트 표면을 손끝으로 느끼는 순간, 당시의 긴장감과 무게가 전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4. 주변 환경과 방문 편의 요소
금고 주변은 조용한 농촌 마을입니다. 작은 안내판 옆으로 벤치 하나와 쓰레기통이 마련되어 있고, 그늘막은 따로 없습니다. 바로 옆에는 개정면 근대문화유산 안내지도판이 설치되어 있어 다른 유적 위치를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이나 매점은 없기 때문에 방문 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주변 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새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려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근처 주민 몇 분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넸는데, 이곳이 아직도 생활 속 일부로 남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비가 온 다음 날에는 진입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운동화보다 미끄럼 방지 신발이 적합합니다. 특별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오히려 그 단출함이 이 공간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주변 코스
시마타니금고 관람을 마친 후에는 차량으로 10분 정도 거리의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금고에서 느낀 무게감과 달리, 이곳에서는 당시 생활상과 기록물들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성당 본점’이 있는 구 군산시내까지 이동하면 점심과 간단한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도로 중간에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오래된 철로를 따라 걷다 보면 근대 시절의 흔적이 이어집니다. 날씨가 맑다면 금고에서 15분 정도 거리의 ‘은파호수공원’으로 발길을 옮겨 산책하기도 좋습니다. 호숫가 벤치에서 바람을 맞으며 정리된 생각을 잠시 풀어내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됩니다.
6. 방문 시 팁과 유의 사항
이곳은 야외에 위치한 등록문화재이기 때문에, 우천 시 관람이 어렵습니다. 방문 전 날씨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람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해가 지면 조명이 없어 금고 내부 확인이 어렵습니다. 오후 4시 이전 도착을 추천드립니다. 내부는 출입이 제한되어 있으며, 문틈으로만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손전등이나 스마트폰 조명을 이용하면 벽면의 구조를 좀 더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주변에 모기가 많으므로 긴 옷차림이 필요합니다. 또한, 금고 주변 논두렁은 경사가 있으니 사진 촬영 시 발을 조심해야 합니다. 단순한 관광보다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마음으로 방문한다면 훨씬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시마타니금고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세월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군산의 근대사가 응축된 공간으로, 한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화려한 전시 대신 침묵 속에 존재하는 구조물이 주는 울림이 컸습니다. 돌아오는 길, 노을빛이 금고의 벽면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며 과거와 현재가 한순간 겹쳐지는 듯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들른다면 그때는 주변의 역사 유적들과 함께 하루 코스로 천천히 둘러보고 싶습니다. 조용히 시간을 머금은 공간에서, 오래된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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