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들판 위 천 년의 미소, 두현리 석조삼존불상 탐방기

늦가을 햇살이 유난히 부드럽던 날, 안성 죽산면 두현리의 석조삼존불상을 찾았습니다. 마을 길을 벗어나 논두렁 사이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을 걸으니, 먼 곳에서부터 바위 위에 선 세 불상의 윤곽이 보였습니다. 주위는 고요했고,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며 흙냄새가 은근히 스며들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세 불상은 생각보다 크고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중앙의 본존불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양쪽 협시불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그를 감싸 안듯 서 있었습니다. 이곳은 세월의 풍화를 고스란히 안고 서 있는 국가유산으로, 돌의 질감과 미소 속에서 천 년의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1. 찾아가는 길과 주변 풍경

 

죽산읍 중심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정도 달리면 ‘두현리 석조삼존불상’ 표지판이 보입니다. 국도를 벗어나 좁은 시골길로 들어서면 마을회관이 나오고, 그 옆으로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거기서부터는 도보로 3분 정도 걸으면 불상이 자리한 언덕에 도착합니다. 길 양옆에는 벼를 추수한 논이 펼쳐져 있고, 곳곳에 감나무가 붉은 열매를 달고 있었습니다. 산과 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사찰보다는 마을 한가운데 돌처럼 고요히 서 있는 모습이 오히려 특별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흔들리고, 햇살이 불상의 얼굴에 부드럽게 비쳤습니다. 이곳까지의 길은 조용하지만, 발걸음마다 평온이 스며드는 여정이었습니다.

 

 

2. 불상의 구성과 조형미

 

석조삼존불상은 커다란 바위를 다듬어 본존불과 좌우 협시불을 한 몸처럼 조각한 형태입니다. 중앙의 본존불은 높이가 약 2.8미터로, 단정한 자세에 두 손을 모아 설법인을 취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둥글고 눈매는 부드러우며, 입가에는 미세한 미소가 머물러 있습니다. 어깨는 넓고 당당하며, 옷주름은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내립니다. 양쪽의 협시불은 본존보다 약간 작고, 얼굴을 본존 쪽으로 살짝 기울인 형태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돌의 질감이 거칠지 않고 매끄러워, 햇빛이 닿을 때 은은한 반사가 생깁니다. 세 불상의 균형이 잘 맞아 조화로운 인상을 주었고, 바라보는 동안 돌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3. 역사적 배경과 지정 의미

 

두현리 석조삼존불상은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불교가 활발히 퍼지던 시기의 지방 신앙과 조형 예술을 보여주는 귀중한 예로 평가됩니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바위를 직접 다듬어 삼존을 새긴 희귀한 형식과, 조각의 완성도, 그리고 지역 불교문화의 흔적이 잘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불상의 온화한 표정과 자연스러운 자세는 통일신라 불상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점도 독특합니다. 사찰이 아닌 들판 한가운데 불상이 세워졌다는 사실이, 당시 신앙이 얼마나 일상 깊숙이 스며 있었는지를 알려줍니다. 돌과 사람, 신앙이 함께한 흔적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4. 현장 관리와 관람 환경

 

불상 주변은 울타리로 둘러 보호되고 있으며,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불상의 크기, 시대, 조각 양식이 자세히 적혀 있었고, QR코드를 통해 3D 영상 복원 자료도 볼 수 있었습니다. 불상 앞에는 제향용 향로대가 있으며, 향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주위는 잔디로 정리되어 있고,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평평한 마당이 나옵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머물기 좋았고, 한쪽에는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바라보기에 알맞았습니다. 화장실은 마을회관에 있으며,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관리 상태는 매우 양호했고, 자연과 문화재가 어우러져 깨끗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공간 전체가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춘 듯했습니다.

 

 

5. 인근에서 함께 둘러볼 명소

 

두현리 석조삼존불상을 관람한 뒤에는 인근의 ‘죽산향교’를 함께 방문했습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며, 조선시대의 학문 공간으로 고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죽산리 삼층석탑’도 가까워 불교문화의 연속성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점심은 죽산면 중심의 ‘전통청국장집’에서 식사했는데, 구수한 냄새와 따뜻한 국물이 여정의 피로를 녹였습니다. 오후에는 ‘죽산성지’로 이동해 성곽 터와 순교기념관을 둘러보며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더했습니다. 하루 코스로 문화유산과 자연, 역사 탐방이 모두 어우러지는 일정이었습니다. 들판의 고요함 속에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6. 방문 팁과 계절별 감상 포인트

 

두현리 석조삼존불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봄에는 들판의 새싹이 봉분 주변을 감싸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 돌의 색이 한층 선명해집니다. 가을에는 황금빛 논과 어우러져 가장 아름답고, 겨울에는 눈이 덮여 불상의 윤곽이 또렷이 드러납니다. 오전 햇살이 불상의 얼굴을 비출 때 가장 온화한 표정이 나타나므로, 오전 10시 전후 방문을 추천합니다. 접근로가 흙길이므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고, 비가 온 뒤에는 바닥이 미끄러워 주의해야 합니다. 주변에 매점은 없으니 물과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빛이 불상의 미소를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마무리

 

죽산 두현리 석조삼존불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고요 속에서 세월을 품은 아름다움을 전했습니다. 돌의 거친 질감과 부드러운 미소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손길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어우러진 결과물이었습니다. 세 불상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지켜주는 듯했습니다. 들판 위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니, 그 고요함이 마음까지 스며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눈 내린 겨울날 다시 찾아, 흰 들판 위에서 돌의 온기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두현리 석조삼존불상은 시대를 넘어 마음을 다독여주는, 안성의 조용한 시간의 얼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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